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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상영,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 이 글은, 7월 9일 진주 kbs 라디오에 쓰일 원고로 작성 되었으므로 경어체로 쓰여졌습니다. 또한, 초고이기에 다소 어색한 문장이 있더라도 양해바랍니다.


얼마 전, 트윗 팔로어분들로부터 영화 한편을 추천 받았습니다.
그 영화는 바로<맨발의 꿈>인데요, <맨발의 꿈>은 지난 6월 24일에 개봉한 영화로 동티모르 유소년축구팀과 김신환감독이 일궈낸 실화를 바탕으로 내전으로 고통 받고 있는 동티모르에서 아이들과 함께 유소년축구팀을 만들고, 마침내 2004년과 2005년, 히로시마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서 전승으로 연속 우승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이 영화는 한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한 개봉영화 관객평점에서 10점 만점에 9.32라는 높은 점수로 16일 연속 1위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투표에 참여한 관객들은 ‘정말 오랜만에 감동적인 영화.’, ‘최근에 본 영화 중 최고.’, ‘감동과 재미, 둘 다 있는 영화.’ 등 감상평에서도 칭찬 일색입니다. 그래서 저도 영화를 보기 위해 상영시간표를 확인해봤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대체 어떤 이유때문인지 궁금하시죠. 해답은 “교차상영”에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맨발의 꿈>으로 다시 극장가의 뜨거운 감자가 된 “교차상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교차상영이란 관객이 별로 없는 시간대에 2편 이상의 영화를 1개의 상영관에서 한 번씩 번갈아가며 상영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벌어들이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극장에서 쓰는 일종의 편법인데요. 원래 극장에서는 영화가 개봉해 상영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관객의 수가 점차 줄어들면 규모가 작은 상영관으로 옮겨가는 등의 단계를 거쳐 마지막에는 상영이 끝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과 달리 “교차상영”은 개봉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작품임에도 관객의 상승세가 빈약하거나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 영화와 같은 인기영화에 밀려 단관에서 번갈아 가며 상영을 하게 되고, 결국은 상영관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개봉 당시 <맨발의 꿈>은 341개 스크린에서 상영돼 관객동원 1위에 등극했고, 2주차에도 281개 스크린을 확보해, 얼핏 보기에는 스크린 수가 크게 줄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개봉 2주차 주말부터 이른 아침에 상영 하는 조조영화나 심야상영만으로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실제 스크린 수는 첫 주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었던 셈이죠. 저처럼 언론이나 주변의 호평을 듣고 이 영화를 보려던 관객들은 ‘영화를 선택해서 볼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 것입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교차상영’ 횡포가 문제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지난 해 <집행자>에 출연한 배우 ‘조재현’이 교차상영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고, 같은 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하늘과 바다>역시 교차상영이라는 조치에 반해 아예 개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집행자>의 경우 전국 247개의 상영관에서 개봉해 첫 주말인 작년 11월 6일부터 8일까지 총 16만 여명을 넘는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 교차상영으로 편성되어 상영돼 두 번째 주말의 경우 97개의 상영관이 늘며 344개의 스크린에서 상영했지만 관객은 5만 여명밖에 동원하지 못하며 박스오피스 5위로 추락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관객은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해서 봐야하지만 자연스레 그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극장의 상업논리에 의해 박탈당하고 맙니다.

사실 교차상영에 따른 문제들은 전국적으로 단관극장시대가 멸종하다 시피 없어져가고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들이 전국을 장악하면서 얼마든지 예상 가능했던 문제였습니다.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돈 되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신작의 경우, 적어도 일주일간은 상영을 했던 상식이 깨어진지도 이미 오래전 일입니다. 최소한 주말을 낀 일주일 상영은 영화를 제작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무너지며 주말이 없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상영 영화들도 생겨나는 실정입니다. 흔히 말하는 대박 영화와 다음 대박영화 중간에 극장에 걸 수 있는 샌드위치 영화의 설움은 이제 교차상영으로 더욱 세분화 되어가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영편성은 극장만이 가진 고유 권한입니다. 그들의 영업방식을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폐지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법적으로 신작 영화는 무조건 일주일이상은 상영해야만 한다는 제제 할 수도 없을 뿐더러 개인사업자를 감정적인 차원에서 강제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제작자들에게 눈엣가시인 교차상영이지만 극장주들에게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인 <교차상영> 문제는 그러나, 의외로 단순하고 쉬운 방법으로 해결 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모든 멀티플렉스 극장에 한 관 정도를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들을 상영하는 조건으로 국가가 영화관에 대한 지원 정책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는 보통 6개 내외의 상영관이 있는데, 그 중 일부를 작은 영화를 상영하고 일정 부분을 국가에서 티켓을 구매해주는 방식은 극장과 관객에게 모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국가가 티켓을 일부 구매하는 등의 문화바우처와 같은 제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효과를 극대화 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규모가 작은 영화의 고정 관객층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멀티플렉스의 상업적인 틀을 무조건 규제하기 보다는 적절한 금전적 지원과 제재를 통해 얻어진 수익금으로 작은 영화를 위한 공간으로 투입한다면, 작년 초 관객들을 즐겁게 한 <워낭소리>와 <똥파리>같은 영화들이 처음부터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당당한 한국영화로 거듭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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