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진주같은영화제에 놀러오세요


모두가 반드시 봐야할 멜로

가족이나 연인 사이를 제외한 주변인들과의 관계에서 이성과 동성을 막론해 가장 편하고, 부담 없는 사이가 바로 ‘친구사이’일 것이다. 이 얼마나 편안하고 친밀하며, 때론 뜨뜨미지근한 사이를 대변하는 단어인가. 그러나 누군가에겐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기 위한 위장막으로 활용되어지기도 한다. 영화 <친구사이> 속의 게이커플에게는 그렇다.

군 복무중인 민수(서지후)를 위해 손수 준비한 초콜렛을 싸들고 석이는(이제훈), 한껏 들뜬 마음으로 철원을 찾는다. 감격스러운 만남과 함께 그들만의 소중한 시간을 가지려는 찰나, 민수의 엄마가 아무 소식도 없이 민수의 면회를 오게 되고, 그렇게 어색하기만 한 셋의 설레지만 답답한 하루가 시작된다.

퀴어시네마(Queer Cinema)불리는 동성애 영화는 대부분 우울하다. 아니 슬프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단어이자 동성애자를 마치 죄인처럼 대하는 풍토 때문에 자신의 사랑을 떳떳히 드러내지 못하고 숨겨야 살 수 있다는 폭력적인 사회에서 그들은 늘 슬픈 사랑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영화 속에서 토해내야 하기에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리라. 하지만, <친구사이>는 뭔가 다르다. 국내 퀴어영화의 본좌로 통하는 “김조광수” 감독의 향기가 이곳 저곳에 묻어 있어 화면은 사실적이면서도 부자연스럽지 않다. 특히, 면회신청서의 관계란에 ‘애인’이라고 적었다간 곧 까맣게 칠해버리곤 친구사이라고 고쳐 적고는 뒤집어 행여 글자라도 비칠까 다시 한 번 칠하는 석이의 모습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따뜻한 손 대신 딱딱한 가죽으로 뒤덮힌 서로의 발을 감싸는 장면은 그들의 애틋함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관객에게 전달된다. 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그들의 용기와 사랑으로 어느덧 나 역시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감독의 전작 <소년, 소년을 만나다>의 주인공들이 자라 어느덧 20대가 된 그들의 모습을 통해 20대 게이들의 가장 큰 고민을 모두가 나누기 위해 특유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요소들로 화면을 차곡차곡 채웠다, 특히, 감독이 즐겨 사용하는 뮤지컬 장치는 자칫 무겁거나 불편할 수 있는 영화를 한층 더 밝게 만들었다.

얼마 전 법원은 <친구사이>의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분류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실로 당연한 것을 새삼스레 다시 꺼내는 이유는 <친구사이>가 내게 알려준 ‘진실’을 청소년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어서다. 우리가 매스미디어를 통해 갖게 된 잘 못된 “사실”(게이는 여성스럽다? 게이커플 중 한사람은 여자, 한사람은 남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이 “진실이 아님”을 알고, 사람이 그저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당연하고도 우리가 가진 최고의 권리임을 기죽지 말고, 당당하고도 뜨겁게 사랑하길 바란다.

 -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상영팀장 & 독립영화관 인디씨네 프로그래머 김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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