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진주같은영화제에 놀러오세요


기술의 발전에 따른 영화제작현장의 변화

 

며칠 전, 독일의 베를린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박찬경 형제 감독이 만든 영화 <파란만장>이 단편부문 대상인 ‘황금곰상’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는데요. 수상 사실 자체도 큰 화제가 되었지만 그보다 더 놀라울 만한 사실이 한기지 있습니다. 두 형제가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모두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만든 영화라는 점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디지털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하는 영화제작 환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초의 상업영화의 제작과 상영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에 앞서 본격적으로 영화의 탄생의 기초가 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은 미국의 “애드워드 마이브리지”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의 주지사이자 재벌이었던 “랜드 스탠포드”의 명에 따라 장애물을 뛰어넘는 말이 어느 순간에 네 발이 모두 지면에서 떨어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경마 트랙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실제 장애물을 뛰어넘는 말의 모습을 연속 촬영해 일반에 공개했고, 이것이 영화의 시초가 되 현재 극장에서 만나는 영화는 초당 24장의 사진이 연속적으로 보여져 마치 사람이 움직이는 듯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경우 35mm필름으로 제작되는데요 35mm 영화제작용 카메라의 경우, 하루 대여료가 100만원이 넘고, 35mm 필름의 경우 약 4분을 촬영할 수 있는 분량인 122m 당 가격은 30만원에 육박합니다. 90분짜리 영화를 만든다고 가정해보면, 필름 비용에만 무려 4,500만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거기다 추가로 음향, 조명 장비와 출연료 등을 합하고, 또 필름의 특성상 반드시 현상작업을 거쳐야 하므로 현상비용을 더하면 제작에 드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날로 발전하며 ‘디지털 이미지센서’의 발명과 더불어 초당 24장의 사진을 촬영한 것을, 디지털 신호를 이용해 24장의 사진이 가진 밝기나 색등의 정보를 저장하는 디지털 필름이 발명되며, 영화제작비용이 현저히 낮춰졌습니다. 비슷한 제작 환경을 감안했을 때 35mm필름과 대등한 영상을 구현하는 “RED one”카메라의 경우 1일 대여비가 30만원으로 35mm 무비카메라에 비해 매우 저렴하고 필름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파일 저장방식을 채택해 저예산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됩니다. 지난 해 뛰어난 영상미로 화제를 모았던 KBS 드라마 “추노”의 모든 촬영이 “RED one”카메라로 촬영되었다니 디지털 캠코더로 제작한 영상의 화질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가늠이 됩니다.

 

35mm 무비 카메라의 유일무이한 대안일 것만 같은 “RED one”카메라의 비용이 기존의 영화 제작자에게 필름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했던 시절에 비해서는 비교적 저렴한 건 사실이지만, 직접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 하는 수많은 일반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것 또한 여전한 사실입니다. 결국, 사람들은 조금 더 가볍고, 저렴한 기술들을 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KBS 감성 에세이 “미지수”라는 프로그램들 보게 됐습니다. 기존의 프로그램에서는 보기 힘든 화면과 색감으로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는데요. 알고 보니 그 프로그램은 DSLR로 불리는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제작중인 많은 독립․저예산 영화들의 상당부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술이 대중화된 현재에 영화제작에 필요한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카메라의 경우, 35mm 무비카메라의 구입비용이 약 2억7천 만원이었으나 그와 비슷한 영상을 구현하는 “레드 원”카메라가 약 2천 만원으로 1/10로 줄어들었습니다. 거기에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고급 디지털카메라가 약 300만원으로 출시가 되었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얼마 전 고급 디지털카메라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중급 디지털카메라가 약 90만원에 출시되며 영화 제작을 위해 필요한 비용이 기존의 2억 7천만원 에서 90만원으로 엄청나게 줄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부가기능의 큰 차이점을 무시한 심하게 단순화된 도식이지만 2,000만원에 달하는 카메라도 힘겨워하는 저예산 영화제작 뿐만 아니라 한번쯤 영화제작에 꿈을 가졌던 관객들도 영화제작에 도전해 볼 수 있는 날이 온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저비용으로 최고수준의 영화를 만드는 현상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DSLR 카메라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도구가 탄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장비는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박찬욱-박찬경 형제 감독이 보여준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 아닌 현실 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물론 DSLR 카메라나 스마트폰이 기존 촬영 장비를 대체하기엔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은 한 pd는 "고가의 비디오 DSLR에 버금가는 HD 고화질 촬영이 가능하면서도 휴대성이 좋다는 매력이 있다"면서도 "수동 기능이 없어 노출 변화로 촬영에 제약이 많고 심도 표현이 불가능한 점은 아쉽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 분야에서 꾸준히 입지를 늘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기존 영상 촬영용 카메라보다 작고 가벼워 다양한 촬영 방식을 시도해볼 수도 있고 가장 중요한 비용 측면에서도 방송용 카메라와 비교하면 1/20의 수준이어서 경제적입니다. 스마트폰도 일반인이 직접 빠르고 편하게 영상을 만들 수 있어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제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습니다.

 

- 예전에 작성한 레포트+방송용 존칭+ 각색한 내용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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