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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영화, 작은 날개로 만드는 바람의 힘은 얼마나 큰가.


글: 정현아
일시: 2017.10.25.


한국은 가을을 맞았고 한국 영화계는 퀴어 바람을 맞고 있다. ‘퀴어(queer)’라는 단어가 익숙해지는 요즘. 하지만 여전히 ‘퀴어? 그게 뭐야?’라고 묻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알아야 한다. 퀴어 영화(queer cinema)는 동성애자의 권익을 보호하거나 동성애를 주제로 다룬 영화를 말한다. ‘queer’는 ‘이상한’, ‘기묘한’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지만 현재는 성소수자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풍자해 ‘퀴어’ 영화라고 일컫기도 한다. 올해 국내에서 열린 다양한 영화제에서 퀴어 영화가 초청받거나 수상하는 등 영화계에서 ‘퀴어’라는 날개 짓이 꽤나 큰 바람을 만들고 있다.

해외에서는 1960년대에 만들어졌던 ‘오스카 와일드의 시련’ 이후 ‘퀘렐’, ‘욕망의 법칙’ 등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영화로 성장했다. 이런 영화들은 색다른 영화를 추구하는 암스테르담·선댄스·토론토영화제 등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1년, 1992년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토토헤인즈 감독의 ‘포이즌’, 팀 칼린의 ‘졸도’의 퀴어 영화가 석권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박재호 감독의 ‘내일로 흐르는 강’이 퀴어 영화의 시작을 알렸고 이후 조금씩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퀴어 영화를 제작하고자 하는 감독들도 점차 늘기 시작

했다. 또한 퀴어 영화만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팀 ‘99film’은 ‘20’, ‘나비:어른들의 일’ 등 꾸준히 동성애와 관련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퀴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마도 그런 영화를 공유할 수 있는 축제 덕분일 것이다. 바로 ‘서울 프라이드 영화제’이다.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 글자를 따 ‘LGBT 영화제’로 시작했던 서울 프라이드영화제는 성적 스펙트럼에서 벗어나 ‘평등한 인간’ 자체를 아우르는 영화제를 만들고자 서울 프라이드 영화제로 이름을 바꾸었다. 올해로 7회째 열리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동성결혼식을 한 김조광수 감독이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영화제 자체의 꾸준한 노력과 지원 사업 등을 통해 현재는 전 세계 30개국의 70여 편을 상영하는 규모로 성장하게 되었다.

저예산 영화, 독립영화의 한 부분으로 분류되던 퀴어 영화가 이제는 상업영화계에서도 점점 고개를 들고 있다. 다음달 초 개봉 예정인 ‘메소드’는 상업영화의 주연급 배우인 박성웅과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신인배우 오승훈의 연기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아직도 동성애에 대한 불편함이 남아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들이 주목받고 영화제가 점차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반응이다. 소수자에 대한 존중이라기보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기 위해 지금은 영화 한 두 편일지라도 그들이 모여 큰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해본다. 퀴어라는 이름의 나비가 더욱 힘찬 날개 짓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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