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진주같은영화제에 놀러오세요

2016년 11월 24일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조은성 프로듀서와의 대화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끝까지 자리를 함께 지켜주셨습니다.



관객:

제작기간은 얼마나 걸리셨나요?

 


조은성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프로듀서):

저희가 기획부터 완성까지 외부에서는 7년이라고 말하는데요. 서거장면부터 놓고 이거를 어떻게 만들어갈까 생각했어요. 또 하나는 제작비가 없으니까 중간 중간에 알바를 해야돼요. 저돈이 떨어지면 방송국 같은 곳에서 알바를 했습니다. 제가 원래 스포츠 전문 피디, 그 중에서도 야구전문이였어요. 그렇게 알바를 해서 돈이 좀 모이면 촬영을 했고요. 그런데 실제적으로 저희는 5년 정도 거의 편집만 했죠. 보면 2000년의 노무현 대통령 모습이 나오잖아요. 그렇게 저희가 모은 자료가 테이프 300개였습니다, 300시간. 그거를 줄이고 줄이고 또 줄여서 만들었습니다.

 


관객:

결국은 영상들이 수집해서 하신거잖아요?

 


조은성:

네, 저희가 다 모았습니다. 인터넷이나 그 어디에도 볼 수는 없는 자료들입니다.

 


관객:

수집을 했을 때 비용이 드는겁니까?

 


조은성:

비용은 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노무현재단 자료실을 싸그리 뒤져가지고 썼거든요, 저희가 처음으로 쓴 겁니다.

 


관객:

<무현, 두 도시 이야기> 를 처음 만드시게 된 계기가 뭔가요?



조은성:

'누군가는 만들고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안만들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고 생각 했습니다.  또 하나는, 이제 전문용어로 로그라인이라고 하는데요. 영화 한 줄 요약을 로그라인이라고 하는데, 이 걸 뭐로 잡을꺼냐가 고민이었어요. 어마어마한 자료들을 남기셨고 또 굉장히 많은 이슈가 됐던 분이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정치적인 거 다 배제하고 ‘우리가 기억하는 촌놈 노무현'을 한번 담아보자고 해서 이카메라를 들고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당신한테 노무현에 대한 기억은 뭐냐, 실제적으로 좀 이야기를 들어보자.'라고 해서 시작한거죠. 저희는 작품이 정치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관객:

정치적인 것 같은데요?

 


조은성:

관객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시지만, 저희는 가급적이면 정치적인걸 빼고, 인간 노무현을 담고자 노력 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포장마차에서 왜 술먹고 이야기를 하냐고요. 보통 누가 돌아가시면 장례식장을 갈 거 아닙니까. 가서 아는 분들끼리 술 마시면서 그 분에 대한 이야기를 막 하잖아요. 그래서 그거를 좀 재연 해보고 싶었습니다.



 

 

 

관객:

이이제이가 지금 팟캐스트 일위잖아요, 그 팀과 함께하신 이유는 뭐죠?

 


조은성:

저희가 처음에 저희 작품을 홍보해달라고 찾아갔었어요. 그런데 그러다가, 제가 몇년 전에 노무현 특집 방송을 듣게 됐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눈물도 나고. 그래서 그 친구들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좋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정치적인 쪽에서는 전문가 식견들이 있을거라고 판단해서, 부탁을 드리게 됐죠. 그런데 센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걸 다 뺐습니다. 자료화면 중에서도 그렇고요.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님 자료화면 을 좀 더 보고싶어 하시는 분들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내년 5월? 6월 쯤? 확장판으로 해서 두시간 정도 러닝타임으로 준비중에 있습니다. 영화가 짧다는 분들이 계셔서요.

 

 

관객:

감독판입니까?

 


조은성:

일종의 디렉터스컷이라고 하죠. 그리고 저희가 음악도 많이 신경 썼어요. 감독이 전인권 조카예요. 그래서 특별히 녹음 좀 새로하자고 부탁을 드려서 수락하셨고요. 그런데 돈을 안받으셨어요.

 

 

관객:

노무현 대통령이 항상 말씀하셨던 것이 '사람사는 세상'인데, 그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게 어떤거라고 생각하세요? 제작하신 입장에서.

 


조은성:

저는 그게 작품에도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일단 첫번째 같고요. 두번째는 '괴물이 되지 않게 사는 것.' 그러니까 예를 들면, 우병우는 어렸을 때부터 동네의 자랑이였을거예요. 그런데 점점 살면서 자기욕망을 억제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순간 괴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님은 그 욕망을 정말 철저하게 누른 첫번째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잘나가던 변호사였고 돈도 많이 벌었고요. 근데 그거를 누른거죠. 정치·경제 논리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둔 최초의 정신'이 아닐까요. '사람사는 세상'이 처음으로 나온 건 88년도 일거예요. 그 때 이미 변호사를 그만두시고, 인권 운동에 매진하셨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럼 그 가치란 게 뭐냐, 가장 작은거죠, 공존을 위해서 우리가 무언갈 할 수 있겠느냐. 제가 3년 동안 만든 다큐멘터리가 있어요. 과연 '지금이 옳은 세상인가, 살기 좋은 세상인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했던건데요. 노무현 대통령님도 아마 그런 생각으로 정치를 시작하지 않았나 싶어요. 작은 것과의 공존. 잘 사는 사람이든 못사는 사람이든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세상.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세상.     

 


관객:

영화 개봉 시기가 지금 시국에 타이밍을 잘 맞추신건지 아니면 우연인건지요?

 


조은성:

그런 질문 굉장히 많이 하세요. 원래는 저희가 내년 5월 쯤에 개봉을 할까 했었어요. 그런데 계산을 해봤더니 내년 5월이되면 각 당에서 대통령 경선들을 할거란말이죠. 그럼 이 작품이 민주당이나 야당에 도움이 되는게 아니라, 역으로 우리가 이용당할 확률이 되게 높겠다. 그럼 올해 해야할텐데, 보통 12월 중순이 넘어가면 블록버스터 시즌이라, 저희 영화가 들어갈 틈이 없겠더라고요.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했던 문화정책 중에 마음에 드는 게 딱 하나 있는데,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라는 게 있어요.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날 극장 티켓이 반값인건데, 근데 그날이 '10월 26일'이었어요. 그래서 그날 개봉을 목표로 했는데, 생각해보니 10월 26일은 두가지 의미가 있더라고요. '10 26'이 있었고, 이토히로부미가 저격당한 날이기도 하고요. 저희는 그냥 탕탕데이라고 하는데,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JTBC에서 최순실과 박근혜 이야기가 계속 터지더라고요. 저희가 첫날 극장이 30개였어요. 첫날 스코어가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1300분이 보셨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조금씩 오르더라고요. 어느순간 110개가 된 날이 있었어요, 그 날 하루에만 16000명이 들었고요. 그 날 굉장히 뿌듯했었죠. 지금도 꾸준히 하루에 3000분씩 보시고 점유율이 좋아서, 이 영화는 길게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관객:

즐거운 비명이네요.

 


조은성:

즐겁진않죠. 사실 정말 좋은 세상은 이런 다큐멘터리가 안나오는 세상이죠. 아 참, 제가 진주에 상영관이 하나도 없을 때 여기 진주시민미디어센터에서 먼저 상영요청이 왔어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을 때, 그렇게 먼저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저희는 젊은 분들이 좀 봐주셨으면 해요, 어쨌든 노무현 대통령을 찍지도 않았고 생전에 기억이 없는 10대 20대 친구들이요. 다큐라는게 어쨌든 기록이라는 의미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게 노무현을 그린 최초의 다큐 영화거든요. 이제 두번째 세번째, 다른 작품들이 계속 나오지않을까 싶어요, 저희가 만든 작품 말고요. 그런 걸로 좀 기억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세월호'나 '광주민주항쟁'같은 이야기를 다룬 영화도 계속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구민지 (진주시민미디어센터):

마지막으로 계속 작품활동을 하시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리고 피디님 앞으로 계획이나 향후 작품활동이 궁금합니다.

 


조은성:

찰스디킨스가 했던 말 중에 '당신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당신은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한 것이다.'란 말이 있어요. 다큐를 찍는 건 누군가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어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원동력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할 말은 많고 들어줄 사람이 없는 사회적 모순들. 그리고 자기 의견과 억울함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들어줄 수 없는 그런 세상이라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은 그런 쪽에 귀를 기울이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차기 계획은 '고양이 다큐'라고 일본·대만에서 찍은 힐링다큐가 아마 내년 봄쯤 극장을 통해서 개봉을 할 것 같아요. 또 지금 촬영중인 게 있습니다. 제목은 '간첩의 탄생'이고, 재일동포 간첩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찍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노선이 분명합니다. 한쪽편 드는거예요. 그러니까 이분들의 억울한 이야기들을 듣고싶더라구요. 그 유학생 간첩 사건이 90년대까지 이어졌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그 대상이 조선족이나 탈북자로 바뀐거 뿐이지. 여전히 대한민국은 간첩을 필요로 하는 그런 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구요. 그리고 내일은 저희가 목포를 갑니다, 목포에 상영회가 있어서.

 




관객:

전국적으로 돌고 계시는거예요?

 


조은성:

네, 전국을 돌고있어요, 지금 제작진이 100군데가 좀 안되는 곳을 나눠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강원도는 도 전체에 상영관이 하나도 없었어요. 저희는 유랑단이라고 하는데 배낭에 촬영물을 넣고, 태백 문화회관이라든가, 강릉에 작은 극장 이런데 돌아다니면서 계속 하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까지 계속 할 것 같아요. 저희는 관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배낭 메고 갑니다. 페이스북이나 SNS에 감상평도 좀 올려주시고 공유도 해주시고 좋아요도 좀 눌러주십시요, 그게 저희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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