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진주같은영화제에 놀러오세요

유명한 배우도, 자극적인 소재도, 극적인 반전이 없음에도 28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짧게만 느껴지는 영화, <김밥>의 김한울 감독과 통영에서 진행하는 미디어교육에 참가 중인 분들이 지난 11월 25일 카페 바이사이드에서 영화를 본 후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용 공유합니다.

 


Q) 표준어 영상에 익숙하다. 그럼에도 온전히 지역말로 대사를 주고 받는 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투리의 가칠가칠함이 더 생동감을 더해주었다. 의도한 것인가? 

시나리오를 쓸 때에도 사투리가 안 되는 분은 캐스팅 생각도 안 했다. 처음 계획은 전문 연기자가 아니더라도 실제 마산 사람처럼 보이는 분을 섭외하는 거였다. 그래서 많이 찾아 다녔다. 마고선배들 중에서 주도적인 분은 연기자이시지만 다른 네 분은 비전문 연기자였다. 

Q) 아버지라는 걸 알 수 있는 암시가 조금 약한 거 아닌가? 

원래 대사는 "아빠도 좀 살자."였다. 하지만 편집 본에서는 "야야 나도 좀 살자."를 썼다. 그래도 나름 조금 잔머리 굴린 게 자막을 확실하게 넣자는 거였다. '파더'나 이런 단어는 웬만하면 다 아시니까. (영어 자막에서는 'son'이라는 단어를 통해 직접적으로 아버지임을 알 수 있다.) 아버지가 너무 젊은 거 아니냐는 의견이 편집할 때 있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에 당연히 그 연배로 생각했다. 일찍 결혼해서 일찍 이혼한. 캐스팅할 때 촬영할 때 아무런 의문이 없었다. 인력사무실 앞에서 전화하는 장면에서 아버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사가 들어가지 않아 더 감정을 증폭시켰다. "아빠도 좀 살자."로 했더라면 너무 설명적이라 느꼈을 것 같다. 영화 시작부의 "느그 아버지도 그렇고 니도 그렇고 내가 그렇게 미불까?"같은 대사를 통해 돈을 건네주는 남자가 아버지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Q) 김밥은 상상인가? 아니면 간접 경험한 내용에 살을 붙인 것인가? 

김밥 배달을 가게 된 건 실화다. 어머니가 안양에 계신데, 영화학교 다닐 때 쉬는 날이었다. 단체 배달이 들어왔다. 어머니가 음식은 잘하시는데 장사를 하면 잘 안된다. 김밥에 등장하는 매점 아줌마 같이 끊을 땐 끊고 해야되는데 그런 것도 안 되고 좀 장사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차라리 이거 안 하면은 이거 유지하는 것 만큼 돈이 세이브될 텐데 마이너스고. 계속 그런데 처음 단체주문이 들어 온 거다. 그때는 100줄인가 그랬는데, 너무 기뻐하시더라. 보통 사람들은 되게 손도 빠르고 그래서 딱 하지않나. 집에 다 가지고 오셔서 밤새 김밥을 싸시더라. 국물도 서비스한다고 국물도 통에 담고 하는데 나보고 좀 가라는 거다. 집에서 자다가 나갔다. 


귀찮은데 실제 저렇게 슬리퍼 끌고 아무렇지 않게 간 거다. 실제 배달갔던 장소는 서울대공원이었다. 그때 좀 재밌었던 건 싣고 갔는데 서울대공원에 들어갈 때 주차비를 내야되지 않나. 들어가는데 입구에 딱 보였다. 4,000원. 근데 자다가 나와 가지고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은 다 됐고 돈은 지금 안 가지고 있고. 앞에서 몇 분 망설이다가 들어갔는 데 의외로 배달왔다고 하니까 들어가라고 하더라. 거기 보면 노점상들이 쫘악 있다. 들고 가니까 어떤 아주머니가 배달가냐면서 구르마를 빌려주는 거였다. 그렇게 가서 약속 장소에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이 안 왔다. 그래서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안 받고. 그때 몇 분 시간이 있었는데 '잘못됐으면 어떡하지,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팔아서 돈을 마련해 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연락이 와 가지고 전해주고 돌아 왔다. 

학교 다닐 때 졸업작품을 써야하는데 연애이야기였는데 안 풀리더라. <김밥>은 어느 날 써본 거다. 쓰는 데 1시간도 안 걸렸다. 하루 동안의 소동극이었다. 2장짜리로 제출했는데, 원래 시나리오는 반대에 부딪혔는데 이거는 모두가 다 좋다고 하는 거였다. 시나리오 를 주욱 풀어서 썼는데 생각보다 시나리오가 잘 안 풀렸다. 그래서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다시 연애이야기를 졸업작품으로 찍게 되었다. 


졸업을 하고 집에 일이 있어 다시 내려 오게 됐다. 2013년인데 <김 밥>에 나오는 인력사무소가 아버지가 직접 하셨던 곳인데 그곳에서 1년 가까이 그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 아버지하고 사이가 안 좋아서 틀어지고 그러다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사업이 있는 걸 알게 됐다. 저기를 지원해서 다시 영화를 찍어야 겠다해서 옛날에 썼던 '김밥'시나리오를 다시 꺼냈다. 돝섬은 원래 알고 있던 곳이었고, 실제 배경인 서울대공원의 대체 장소로 돝섬말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장소가 바뀌니까 잘 풀렸던 건 뭐였냐면 첫번째는 돝섬이라는 공간이 주는 제한적인 상황이 있었다. 서울대공원은 마음만 먹으면 나올 수 있다. 나와서 김밥을 길거리에 팔든 할 수 있다. 반면 돝섬은 섬이니까 배 시간이 있어서 나오는 것이 제한적이게 된다. 


다음으로 사투리로 대사를 푸니까 이전에 없던 정서가 생기고 만나는 사람들도 달라졌다. 특히 마고선배들 씬은 실제로 내가 마고를 나왔다. 학교를 다닐 때 마고 교복을 입고 지나다니면 아저씨들이 불러서 용돈도 주고 했었다. 그런 부분을 담으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건 마지막 대사. "맛있다." 전에는 김밥을 다 못 팔고 먹으면서 자신이 맛있다 했지만. 처음 편집했을 때에는 40분 정도됐다. 시나리오 쓸 때 좋아했던 씬 두개가 빠지게 되었다. 그 씬이 빠져도 이야기의 흐름에는 관계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고, 나도 그에 동의했다. 30분 안에 들어가는 게 영화제 출품이나 그런데도 괜찮고. 


Q) 땅바닥에 그려진 그림은 무슨 의미인가? 

그 씬을 만들 게 된 거는 인력사무소에 일할 때 사람이 없으면 한 번씩 내가 나가게 된다. 막 일을 하다가 잠깐 쉬는데 되게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가 나무작대기를 주더니 산을 그려보라는 거였다. 산을 뾰족하게 그리니까 성격이 까칠하네. 강을 그리니까 어떻고, 나무는 어떻꼬. 심리테스트인 거다. 되게 이런 거랑은 안 어울릴 것 같은 분이 그런 걸 하니까 느낌이 달랐다. 실제 영화 속에서는 어떻게 표현됐냐면 그 아저씨는 김밥 한 줄 얻어 먹으려고 썰을 푸는 거 였다. 산을 그릴 땐 성격이 까칠하네하니 되게 노했다가 강을 그리니 앞으로 인생이 되게 순탄할 것이다. 기분 좋았는데 나무를 두 개 그리니까 부모님 사이가 참 좋네 이런식으로. 그러다 아 사기꾼이 구나. 그 씬이 빠지는 게 아쉬워서 그림을 넣었다. 인서트 개념으로 넣었다.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거지만. 

Q) 주인공이 입고 있는 티셔츠는 의도적인 건가? 특별한 의미가 있나? 

처음부터 숫자는 특별히 의미가 없다. 마산 합성동을 지나가다가 20살 정도 된 남잔데 맨유 호달두 유니폼 있지 않나? 정품 말고 짝 퉁. 면으로 된 티셔츠. 실제로는 좋은 거다. 7번인가 그랬는데 너무 없어보였다. 티 자체가 주는 느낌이 너무 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런 옷을 구해서 주인공한테 입혀야 겠다고 생각했다. 좋았던 건 등 뒤에 번호가 있으니까 어디를 돌아다녀도 바로바로 눈에 들어올 수 있고. 그런데 그 티는 못 구했다. 대신 등에 번호가 크게 박혀 있는 티셔츠를 사자해서 그 셔츠를 샀다. 77은 앞이랑(Saint Pain) 되게 의미가 안 어울리게. 그런데 티가 좋은 거라서 후줄근하길 기대했던 것과는 맞지 않았다. 

Q) 캐스팅은 어렵지 않았나? 

주인공 남자와 엄마 역할은 원래 알던 배우였다. 나머지 분들은 돝섬 직원 분은 마산이고 나머지는 부산과 서울에서. 주인공 남자배우는 졸업작품 오디션 할 때 만났다. 고향이 마산이라고 해서 나중에는 언젠가는 사투리가 나오는 영화를 찍겠다는 생각을 당시에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에 영화를 찍을 때 같이 하자고 했었다. 어머니 역할을 맡은 분은 연출부 할 때 알게 되었는데, 고향이 대구시지만 경남 쪽 사투리도 가능하셔서 같이 하게 되었다. 전작에서 도 엄마 역으로 나왔던 분이다. 다른 역할들은 마산 분들을 찾고 싶었는데 그 때 연극 축제가 끼어 있어서 마산 분들은 구하지 못했다. 박재현 감독님 역할은 원래 전문연기자가 아니었는데 만나서 하기로 하고 이야기가 됐는데 촬영 전날 전화를 안 받았다. 내일 찍어야 되는 거였다. 배우들과 스텝들도 서울에서 오고. 전날 박재현 감독한테 전화가 왔다. 내일 촬영인데 잘 되어 가는지 묻는 안부 전화였다. 박재현 감독님은 원래 다른 역을 부탁했었다. 영화 시작할 때 김밥집에서 추파를 던지던 그 남자 역이었는데 부담스러워했다. 그 후에 시나리오도 조금 수정이 됐고, 마침 전화가 와서 박재현 감독님이 사고난 여자의 남자친구 역할을 하게 됐다. 그게 가장 큰 캐스팅의 난관이었다. 

Q) 촬영 장비는 무얼 썼고, 촬영에는 얼마나 걸렸나? 

촬영은 캐논 5D Mark 2 한 대로 5일 동안 진행했다. 


Q) 경남영화협회와의 인연은 2013년 부턴가? 

전에는 경남독립영화제가 있는지 몰랐다. 영상위원회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 찾아 갔는데 합병된다고 들었다. 진흥원을 알게 됐었고 지원사업을 알게 되어 신청을 했고 그때 감독님들을 알게 됐다. 그걸 계기로 영화제도 하게 됐다. 처음 협회 일을 하게 된 건 영화제 때문이다. 9회째부터. 

Q) 경남의 제작환경이 서울에서 학교 다닐 때와 비교하면 어떤가? 

배우와 스텝 구하는 거 빼고는 다른 부분은 지방이라기보다 살던 곳이라서 더 나은 것 같다. 서울에서 촬영을 해도 돈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다. 카메라도 어디서나 빌려야 될 것이고. 스텝들이나 배우는 구하기 쉬울 수 있어도 촬영 장소나 현장통제는 훨씬 배로 힘들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못 찍을 확율이 높다. 요구하는 비용도 높을 수 있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고. 물가도 비싸고. 지방의 단점은 사람들이 내려와야 되기 때문에 숙박비나 그런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는 더 나은 것 같다. 시나리오 쓸 때도 계속 살았던 곳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찍으면 되겠다 싶어 찾아 가면 헌팅이 어렵지 않았다. 잘 말씀드리고 하면 다들 흔쾌히 해주시고. 개인적인 취향인데 자연스러운 모습이 남아 있는 곳이 좋다. (개밥 주는 장면을 가리키며) 이 장면도 미술한 건 하나도 없다. 

Q) 타 지역과 네트워킹은 어떤가? 

작년에 부산독립영화제 갔을 때 영화를 틀었다. 교류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후로 잘 진행은 되지 않았다. 

Q) 차기작 소개 좀 해달라. 

남녀이야기. 경상도 30대 중반 남자, 아잰데 연애를 못 하고 나름 순수한 면도 있는 백수 같은 아재가 서울의 도도한 여자가 내려와서 만나게 된다. 아재가 여자에게 희망을 갖게 된다. 안 될 게 너무 뻔한데. 광암해수욕장 재개장 된다는 소문이 있어서 재개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남자 주인공이다. 재개장되면 편의점해서 대박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편의점 할 돈도 없으면서 그런데 그 때 여자가 나타난다. 계획은 내년 4월에 찍을 생각이다. 영화 속에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을 담을 생각이다. 그 남자가 이 여자를 꼬셔볼려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는. 실화는 아니다. 원래 최초 버전은 서울에서 온 남자가 경상도에 사는 여자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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